‘MB정부-강덕수’ 유착설 터지나

檢, 강덕수 전 회장 소환 … 권력형 비리 수사 관심

2014-04-08     이호 기자

무너진 ‘샐러리맨의 신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드디어 검찰 담장을 넘었다. 수천억원대의 횡령ㆍ배임 의혹을 받고 있는 강 전 회장이 4월 4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이번 수사는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이후 첫 대기업 수사다. 강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뒤 취재진의 ‘횡령, 배임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관계 로비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며 부인했다.

강 전 회장은 짙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출두했으며 포토라인에서 잠시 사진촬영에 응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강 전 회장을 상대로 그룹 내 사업추진과 계열사 지원과정에서 부당한 지시가 있었는지, 회사돈 횡령을 지시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할 방침이다. 특히 강 전 회장이 STX중공업의 자금으로 재정난에 빠진 다른 계열사의 기업어음(CP)을 매입하거나 연대보증을 지시하는 등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과정에서 회사자금을 횡령한 의혹과 관련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또 강 전 회장의 개인 비리 혐의도 포착, 빼돌린 회사돈 일부가 정ㆍ관계 로비 자금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캐물을 전망이다.

검찰이 강 전 회장과 이명박 정권과의 유착설도 파헤칠지는 의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길에 여러 차례 동행한 강 전 회장은 MB정권과의 유착설에 휩싸여 있다. STX조선해양이 유로존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국책은행 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 대출을 받은 게 유착설을 입증하는 단서라는 주장도 많다. 검찰이 광범위한 압수물 분석과 계좌추적 등을 통해 강 전 회장과 주변 측근들에 대한 자금 흐름을 집중 분석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앞서 검찰은 STX중공업으로부터 강 전 회장 등 전 경영진 5명에 대한 수사의뢰를 받고 지난 2월 17일 강 전 회장의 자택과 ㈜STX, STX조선해양, 팬오션, STX중공업, STX건설, STX에너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회사 경영에 관여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경영본부장, 재무담당 고위 임원 등 전ㆍ현직 회사 임직원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