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IFC 리파이낸싱’ 추진하는 까닭

낮은 공실률의 저주에 빠진 서울국제금융센터

2014-04-04     김미선·강서구 기자

최근 AIG를 두고 뒷말이 많다. AIG가 운영하는 서울국제금융센터(IFC)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공실률 100%의 오피스 빌딩은 여의도 복판의 ‘불 꺼진 전시물’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최근에는 콘래드 호텔의 매각을 꾀하기도 했다. PF 대출의 리파이낸싱도 추진 중이다. 루머가 돌 법 하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리파이낸싱’ 절차를 밟고 있다. PF를 부동산 담보대출로 전환해 금리를 낮추고 운용자금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IFC서울(IFC)의 운용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IFC몰의 공실률이 높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IFC의 운용주체 AIG 측은 ‘시장의 루머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AIG 관계자는 “IFC PF를 리파이낸싱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PF대출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으로  IFC몰 운영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라면 각종 이벤트와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IFC 안팎에서 잡음이 새어나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IFC의 공식 명칭은 서울국제금융센터(International Finance Centre Seoul·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센터 서울)이다. 3개 오피스동(One IFC·Two IFC·Three IFC), 1개 호텔(콘래드호텔), IFC몰로 구성돼 있다. AIG그룹이 IFC의 개발·건축·운영을 맡고 있다.  그런데 AIG그룹은 지난해 말 건물 4개 가운데 1개인 콘래드 호텔매각을 추진했다. 개장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호텔이었다. 조중식 전 한진건설 회장의 장남인 조현호 회장이 이끄는 CXC와 콘래드호텔 인수협상을 시도했는데, 올 2월 무산됐다.

시장에서 ‘AIG가 호텔매각을 통해 자금수혈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 이유다.  AIG 관계자는 “콘래드 호텔을 매각하려 한 건 CXC측에서 먼저 인수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처음부터 매각할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피스 임대사업도 삐걱거린다. IFC 오피스동 3개 가운데 가장 큰 규모(55층·높이 285m)를 뽐내는 Three IFC 건물의 불빛은 저녁이 되면 사라진다. 주변에 있는 빌딩이 환한 불빛을 뿜어내는 것과 대조적인데, 오피스에 사람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2012년 말 건립된 이 건물은 임대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공실률은 100%다. 나머지 오피스동 2개의 임대가 끝난 것도 아니다. Two IFC 오피스 공실률은 30%에 달한다.  AIG측은 이렇게 반박한다. “광화문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오피스도 임대료가 높아 공실률이 상당하다. One IFC부터 순차적으로 오피스 분양이 이뤄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콘래드 호텔 매각 추진 ‘왜’

임대료가 높은 건 사실이다. 인근 부동산 전문업체에 따르면 IFC의 임대료는 최고 10만원 초반(평당)이다. 여의도 지역 사무실의 임대료가 평당 6만~7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5배가량 비싸다. 그러나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입주가 부진한 건 아니다. IFC 오피스동에 입주한 업체의 관계자는 “여의도 주변과 비교해 임대료가 비싸다는 건 알면서도 입주했다”며 “높은 임대료만큼 특별한 혜택을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영업체가 외국계라 그런지 불만을 얘기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IFC의 운영미숙이 공실률의 이유 중 하나라는 얘기다.  문제는 또 있다. IFC의 공실률이 입점 상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3개 오피스동과 달리 IFC몰의 공실률은 제로다. IFC몰은 콘래드호텔과 3개 오피스동의 지하에 있는 대형 쇼핑몰이다. 이곳은 글로벌 SPA브랜드 같은 패션상점·레스토랑·커피숍·음식점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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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오피스동과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IFC몰을 이용할 거라는 기대감이 입주율을 높였다. 한 입주상인은 “높은 임대료를 감수하겠다고 나선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며 “AIG측에서도 2만5000명의 상주인구가 IFC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생각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고객수가 예상보다 적어 매출이 기대치를 밑돈다는 게 입점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계약을 맘대로 해지할 수도 없다. 위약금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장사를 하는 곳이 한두개가 아니다.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AIG측이 매년 임대료를 올리고 있어, 몇몇 매장은 반발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몇차례 신고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역시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AIG측과 협상을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IFC몰 상인단체가 공정위에 제출한 계약서에 따르면 임차인이 AIG측에 지급해야 하는 기본임대료와 기타 비용(관리비)은 매년 5% 또는 통계청의 직전연도 소비자물가지수 총지수 중 큰 비율만큼을 상향조정한다는 조항이 있다. 2년 연속 최소 연 매출총액이 미달하는 경우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처장은 “AIG의 임대차 계약에는 문제가 많다”며 “IFC몰 입점 상인들과 2차 집단 공정위 신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G 측은 “매년 5% 임대료 인상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며 “불공정거래 관련 신고가 있었던 건 맞지만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문제는 IFC를 운영하는 AIG 측은 오피스동의 공실률이 높든 IFC몰의 장사가 잘 되지 않든 별 손해가 없다는 점이다. AIG 측인 IFC의 광활한 토지를 낮은 가격에 임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윤석(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자. 2006년 서울시는 AIG 측에 99년 동안 토지임대를 약속했다. 토지 임대료 지불방식은 토지공시지가의 1%와 운영수익의 일부 중 가격이 높은 쪽을 선택하도록 돼 있다.

IFC몰 상인 공정위 2차 신고 준비

하지만 서울시는 2010년까지 토지임대료를 면제해줬다. 2017년까지 공시지가의 1%만 납부하고 2018년 계약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공시지가만 2970억원짜리 토지를 헐값에 임대해 준 셈이다. AIG 측은 “토지임대 관련 특혜가 있었다는 주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IFC 프로젝트의 사업 목적은 동북아 금융허브도시로의 도약과 외국인 투자자 유치였다. 그러나 금융허브 플랜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IFC몰은 여의도 복판의 ‘불 꺼진 전시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여의도의 중심 쇼핑타운을 만들겠다던 IFC몰의 포부도 꺾이고 있다. 사람들이 찾지 않아 주말을 제외하곤 매장이 텅 비어 있기 일쑤다.

그럼에도 운영주체 AIG는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다. 턱없이 낮은 토지임대료 때문에 별 피해를 볼 일이 없어서다. 2018년까지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일부 건물만 매각해도 ‘큰돈’을 챙길 수 있다. ‘IFC의 먹튀설’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혜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뭐든지 튀면 끝이다.
김미선·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