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이젠 변해야 한다

점수 올리는 스킬 대신 욕구와 감정 가르쳐라

2012-07-11     심하용 기자

‘사교육과의 전쟁’이 선포된 이후 정부가 연이어 강도 높은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사교육비 부담으로 학부모의 허리가 휘기는 마찬가지다. 사교육,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연간 20조가 넘는 돈이 사교육비에 쓰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매년 사교육비 절감을 외치며 대대적인 정책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여전히 부모들은 고액 ‘족집게’ 과외선생을 찾느라 혈안이고 불법 공부방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사교육이 점점 불법화 돼가자 학생들은 일명 ‘학파라치’를 피하기 위해 빛이 새어나가지 않는 공간에서 공부하고 있다.학생들은 서로 쉬쉬하면서 사회 부조리를 허용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언론에서는 연일 사교육의 문제성과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어서 ‘공교육은 옳고 사교육은 사회적으로 무조건 좋지 않다’는 흑백논리가 만연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교육은 필요하다. 공교육은 일반적으로 정형적이고 표준화된 교육과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공교육의 경우 대부분 교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강의식 교육이 주를 이룬다. 이를 보완해줄 개성있는 교육의 장이 필요하다. 스킬만 가르치며 고액의 비용을 요구하는 사교육이 아니라 공교육의 보완적 역할로서 각 학생들의 적성과 사정을 고려할 수 있는 좋은 사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런 사교육의 보완적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 위화감’이 생긴다. 고소득층 가구에서는 비싼 학원 강사를 초빙한다. 입시의 메카로 불리는 대치동 일대에선 과목당 100만원짜리 과외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을 찾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의 학부모는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심리적 죄책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통계청과 교과부에 따르면 소득별 사교육비 지출액의 격차가 2003년 6배, 2010년 8.1배에서 올해 1분기엔 9.6배로 벌어졌다. 사교육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은 공교육을 살린다며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포퓰리즘에 눈이 멀어 효과 없는 사교육 때리기 정책만 남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와 일선교사들은 오히려 사교육 대책이 나올수록 사교육시장이 커진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언론의 말만 믿고 사교육에 손 놓고 있다가는 땅을 치고 후회할지 모른다.

사교육의 역할은 단순히 점수를 뽑아내는 스킬을 가르치는 게 아니다. 감정을 가르치는 것이다. 고액의 족집게 강사를 초빙해야만 자녀의 성적이 올라간다고 누가 그랬던가. 성적이 좋은 옆집 아이가 다니는 대형학원에 자녀를 밀어 넣기만 한다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실제 특정 과목 성적이 오른 학생들에게 비결을 물어보면 “수학선생님을 좋아해서” 혹은 “영어선생님이 인간적으로 대해줘서”와 같은 대답이 많이 나온다. 동기부여가 성적 향상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며 사교육이 있어야 할 자리다. 학습 의욕을 끌어내는 동기부여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야 말로 사교육의 진정한 역할이다.

탈무드에 적혀있는 “물고기 한 마리를 준다면 하루밖에 살지 못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면 한 평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는 명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유대인의 교육법이다. 사교육비의 투입과 교육 결과는 단순비례하지 않는다. 이제 물고기를 한 마리씩 던져주는 식의 사교육에 돈을 허비하는 일은 그만두자.

본지는 앞으로 적은 비용으로 가장 지혜롭게 내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알릴 계획이다. 이름하여 ‘에듀테크’다. 다음 호에는 첫째 편으로 ‘어릴 적 독서가 사교육비를 아낀다’를 보도할 계획이다.

 심하용 기자 stone@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