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2M의 치명적 유혹, ‘정보유출’
한필순의 易地思之
2014-04-01 한필순 더스쿠프 편집위원
사물지능통신이란 기계 대 기계(Machine to MachineㆍM2M), 다시 말해 사물 간에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을 말한다.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가 생겼다. 사람이 직접 제어하지 않는 기계나 사물이 배치된 통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사물지능통신이다. 사물통신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의미의 지능, 그리고 통신이 결합한 신조어다.
M2M은 가령 주차장 출입과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와 같이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기계끼리 직접 정보를 주고받는다. 교통정보처럼 통신사업자의 안테나를 통해 정보를 교류한다. 이런 M2M은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진화했다. 사람간의 의사소통이 주목적이던 통신이 기계끼리 주고받는 정보를 사람이 활용하는 단계까지 이른 셈이다.
M2M의 활용분야는 다양하다. 교통정보는 물론이고 원격의료ㆍ원격검침ㆍ환경감시ㆍ성범죄자 감시 등 사람의 도움 없이 실시간으로 정보가 필요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 각국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사용량 정보를 측정해 실시간 송신할 수 있는 ‘스마트미터’를 의무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은 2011년까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45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2009년 5월 M2M 시장에 38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원격진료, 지진감시, 방범 등 각 부처에서 M2M과 관련된 정책 등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M2M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오범(Ovum)은 글로벌 M2M 시장 규모가 향후 5년 안에 448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ㆍ태평양시장의 경우엔 전체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M2M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보유한 가입자의 회선은 2012년 7월 말 현재 약 164만 회선이다. 조만간 전체 전화가입자보다 더 많아질 전망이다. KT경영경제연구소의 ‘M2M 사업현황 및 전망’에 따르면 2018년도 우리나라 시장규모는 17조4000억원으로 전망된다. M2M은 정보의 관리주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람간의 통신에서 장치간의 통신으로 말이다.
하지만 M2M이 사람과 기계간 통신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장치간 통신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는 정보 중에 중요한 게 있다면 더욱 그렇다. 가령 개인을 식별할 수 있거나 국가안보에 중요한 정보처럼 말이다. M2M 환경에서 모든 기기는 컴퓨터가 내장되고 네트워크(대부분 무선)와 연결돼야 한다. 이 때문에 정보의 처리와 유통이 쉽고 빠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장비끼리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개인정보 혹은 국가안보에 관련된 정보가 부지불식간에 수집ㆍ복제ㆍ유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관련법과 강도 높은 규제책이 필요하다. M2M을 성장시키는 건 좋지만 개인정보와 국가안보 관련 정보가 위협받아선 안 된다. 이런 정보의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력한 컨트롤 시스템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금융업계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같이 사후약방문이 돼선 곤란하다.
한필순 더스쿠프 편집위원 hanps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