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의 라이벌은 에비앙이다

임왕섭의 Brand Speech

2014-03-31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모든 이에게 ‘꿈’이 있듯 브랜드도 ‘지향하는 바’가 있다. 브랜드의 비전이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기업 브랜드 비전은 업業의 확장 범위를, 제품 브랜드 비전은 브랜드 확장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확장 범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올해 2월 두 아들의 졸업식에 다녀왔다. 큰아들은 초등학교, 작은아들은 유치원을 졸업했다. 최근 졸업식은 졸업장만 주던 예전과는 달랐다. 졸업장을 수여할 때마다 각각의 아이들을 소개하는 영상이 단상 앞 스크린을 통해 소개됐다. 인상적인 건 그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말하는 대목이었다. 유치원생들은 아직 생각이 여물지 않아 과학자ㆍ대통령 등 넓은 범주에서 꿈을 얘기했다. 초등학생의 꿈은 검사ㆍ피겨 선수ㆍ회사원 등 좀 더 구체적이었다. 한 학생은 ‘대기업 회사원’이 꿈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뜬금없이 꿈 얘기를 끄집어낸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브랜드에도 ‘꿈’이 있어서다.

브랜드 비전이 사업 범위 결정

브랜드의 꿈은 ‘비전’과 같은 말이다. 그 비전은 기업 입장에선 ‘이렇게 되고 싶다’, 고객에게는 ‘이렇게 인식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브랜드의 비전이 곧 브랜드의 존재 목적이자 의지인 것이다. 브랜드의 비전이 상투적인 구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미션이 필요하다. 브랜드 미션은 브랜드의 의지, 꿈을 이루기 위한 능력ㆍ수단을 의미한다. 미션은 기업에는 ‘어떤 수단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에 해당하고, 고객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아는 것’에 해당한다.

브랜드의 비전은 기업과 제품 모두에 중요하다. 기업 브랜드 비전은 업業의 확장 범위를, 제품 브랜드 비전은 브랜드 확장 범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기업 브랜드의 비전을 보자. 제일제당이 모태인 CJ는 어떤 기업인가. ‘식음료 제품을 파는 기업’인가 아니면 ‘건강, 즐거움, 편리를 제공하는 글로벌 생활문화 기업’인가. CJ가 식음료 기업이었다면 CJ는 CJ E&M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비즈니스 범위를 확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포스코 역시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철강 기업’이 아니라 ‘생활 친화성, 편의성을 제공해 행복한 삶의 기초가 되는 기업’을 비전으로 삼았기에 건설ㆍ무역ㆍ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제품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시장경쟁으로 보면 코카콜라의 경쟁자는 펩시콜라다. 하지만 고객의 니즈ㆍ라이프스타일ㆍ구매행동를 보면 코카콜라의 경쟁자는 생수 브랜드인 ‘에비앙’이 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콜라 대신 물을 마실 수도 있어서다. 때문에 코카콜라가 ‘세계인이 마시는 콜라’처럼 제품 브랜드의 비전을 너무 좁게 설정하면 브랜드 확장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제품 브랜드 비전을 설정할 때는 현재 경쟁하고 있는 시장만을 들여다보고 너무 좁게 설정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콜라’보다는 ‘음료’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 비전이 브랜드 확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소비자 관여도 높을수록 비전 잘 정해야

특히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하는 데 고려할 것이 많지 않은 제품(관여도가 낮은 제품, 가령 라면)보다 따지는 게 많을 수밖에 없는 제품(관여도가 높은 제품, 화장품ㆍ자동차)의 브랜드 비전을 설정할 때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브랜드 비전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도 있다. ‘브랜드 비전이 브랜드 확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품의 관여도와 정비례하기 때문이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  kingp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