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조롱, 언어를 비꼬다

다시 찾아온 연극 ‘관객모독’

2014-03-28     이지은 기자

연극 ‘관객모독’이 극단76단에 의해 5년 만에 공연된다. 1976년 창단한 극단76단의 대표작인 ‘관객모독’은 극작가 피터 한트케의 작품이다. 기존 연극의 형식을 부정한 반反연극의 상징작이다. 배우들은 대사를 제멋대로 띄어 읽거나 반복하는 등 기존 언어의 틀을 깬다. 객석을 향해 욕설과 조롱을 퍼붓고 물세례를 퍼붓기도 한다.

연출가 기국서씨는 1979년 초연 이래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는 비결에 대해 “관객에게 말 걸고 욕하고 물까지 뿌리는 해프닝적 구조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 같다”며 말을 이었다. “처음 공연할 때는 관객들이 반발했죠. 의자를 무대에 던져 조명기가 깨진 일도 있죠. 그때가 1979년이에요. 35년이 지난 지금은 인터넷에서 언어, 감각적인 것이 많이 해체돼 있어서인지 관객들은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관객들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관객들의 사회적 감각이 발달해 받아들이는 형태가 됐다”는 말이다.

기 연출의 동생이자 극단76의 대표인 기주봉씨가 이번에도 무대에 오른다. 기주봉은 “어느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 배우를 만나라는 말이 있다”며 “관객모독은 (언어적 실험으로) 언어가 변화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동포를 위해 외국에서도 공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웃음의 대학’ ‘민들레 바람되어’의 연출자인 김낙형씨가 무대감독 역을 맡아 배우로 나선다.

“요즘 세대들이 공연을 다양하게 보는 것 같지만 장르가 드라마에 치중됐다”며 “배우와 직접 소통하는 연극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재진, 주진모, 전수환, 고수민 등 연기파 배우들도 총출동한다. 드라마 ‘굿닥터’에서 소아과 레지던트 ‘우일규’역으로 주목받은 윤박, 극단 목화에서 활동한 이주희, ‘됴화만발’의 안창환 등 젊은 배우들도 합류한다. 6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시어터 2관 무대에서 공연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