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인문학으로 무장하라
「상처받지 않을 권리」
2014-03-26 김은경 객원기자
얼마 전의 일이다. 서울의 한 단독주택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세 모녀가 유서를 남기고 동반 자살했다. 현장에선 현금 70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와 집주인에게 ‘공과금 밀려서 죄송합니다’고 쓴 메모가 발견됐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 목숨을 스스로 끊어야 가난함이 끝나는 세상,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처절한 자화상이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는 자본에 소외를 당한 채 사는 현대인의 삶을 집중 해부한다. ‘낮설게 보기’라는 독특한 관점으로 현대인이 자본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끈질기게 살펴본다. 비틀린 욕망에 찌든 자본주의의 어두운 단면도 조명한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적 삶을 감각적으로 느끼고 노래한 시인이나 소설가, 혹은 자본주의적 삶의 내적 논리를 이론적으로 포장하려 했던 철학자들을 끌어들였다. 이상과 게오르그 짐멜, 보들레르와 발터 벤야민, 미셸 투르니에와 부르디외, 유하와 보드리야르 등의 성찰과 사상을 소개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적 삶은 매우 친숙하고 평범해서 우리 삶이 얼마나 자본주의에 길들어 있는지, 또 그 때문에 상처를 받는지 깨닫기 어렵다”며 “다행스러운 건 그 상처를 치유하려는 학문(인문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돈이면 다 되는 자본주의에서 돈 없어도 상처받지 않을 수 있는 답은 ‘인문학’에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냉혹한 자본주의에서 당당하고 싶다면 ‘인문학’으로 무장하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약자를 위한 경제학」
이정우 저 | 개마고원
경제학은 불평등을 경제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물로 인식한다. 불평등이 있어야 경쟁이 활발해지고 경제가 발전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 결과, 전세계 90% 이상의 부와 권력은 강대국들이 차지하고 있다. 강대국의 횡포와 욕심이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불러일으켰고 그 피해는 약소국이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약자를 위한 경제학이 필요하다.
「마음을 사로잡는 인간경영」
월터 딜 스콧 저 | 박정규 옮김 | 돋을새김
개인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모방과 경쟁심을 활용해야 한다. 좋은 롤모델이나 사례를 보여주는 건 빠르고 정확한 교육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에 적절한 임금을 지불해 보상심리를 채워줘야 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근로자가 즐겁게 일하고 일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하라는 얘기다.
「대구」
마크 쿨란스키 저 |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대구라는 물고기를 통해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7년간의 밀착 취재와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적으로 대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전한다. 대구의 서식경로는 신대륙 발견의 경로였고 유럽인의 주요 식량이자 부를 쌓는 수단이었다. 저자는 대구를 둘러싼 인간들의 탐욕의 역사를 통해 인류만이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김은경 더스쿠프 객원기자 kekisa@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