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美色에 혼을 뺏길텐가

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⑨

2014-03-14     김우일 회장

외모를 따지는 기업은 여전히 많다. 기분 나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특히 여자에겐 더 그렇다. 하지만 외모를 인재발탁기준으로 삼아선 되겠는가. 여기 외모지상주의가 불러 일으킨 화禍가 있다.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경영자 옆에는 항상 비서(Secretary)라는 여인이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몸담았던 그룹사는 계열사가 수십개에 달하고 임원수는 500명 정도였다. 보통 임원들에게는 비서 직함을 단 여직원이 배정되는데, 인사과에서 외모를 기준으로 여러 명의 후보를 추천하면 해당 임원이 자기 스타일에 맞는 여직원을 최종 선정했다. 어느날 회장이 한장의 서류를 주며 이런 지시를 했다. 그룹 산하에 있는 병원의 한 의사가 회장에게 ‘투서’를 보내온 것이었다. 계열사 여직원의 정기 신체검사 중 여러 명이 임신 사실을 진단받았는데, 대부분이 임원 비서직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의사는 임원과 비서 간 스캔들이 의심된다고 했다. 500여명의 비서를 관찰했다. 대부분 미색이 출중했다. 임신사실이 거론된 비서들의 임원 사무실과 카드사용 내역을 탐문했다.

이들의 친밀도는 정도를 넘어선 것 같았다. 카드 사용 내역을 보니 백화점에서 물품 구입 등 사적인 용도로 보이는 게 많았다. 심지어 해외출장을 동반한 경우도 있었다. 임원과 여비서의 스캔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기업의 비리와 부실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회장은 필자의 보고를 받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근절책을 주문했다. 필자는 고민에 빠졌다. 경영진단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지만 은밀한 남녀간 스캔들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나 싶었다. 각 임원에게 회장 명의로 경고장을 보내 주의를 환기시킬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굴지의 대기업에서 이런 일까지 하자니 창피한 노릇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한 술집의 호스테스 대기실을 기웃거리게 됐다. 대기실에는 전부 테이블에서 쫓겨난 추녀들이 담배를 피우며 한가롭게 앉아 있었다. 이때 머릿속을 스치며 지나가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회사의 미녀일색 비서진을 모두 추녀로 교체한 것이다. 그 이후로 이런 스캔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던 기업도 CEO가 미색을 가까이 하다가 하루아침에 망하는 사례가 왕왕 일어난다.

한 기업의 CEO가 영화배우와 스캔들을 일으켜 회사에 손해를 입혀 결국 부도가 난 경우도 있다. 필자의 친구인 K씨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를 연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키웠고 친구의 부인을 비서로 쓸 만큼 실용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비서가 병으로 그만두게 됐고 새로운 비서를 뽑게 됐는데 이게 비극의 발단이 됐다. 인사부에서는 24세의 미모와 학식을 겸비한 여자를 후임자로 선정했다.

K씨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밤 1시까지 업무에 전념하는 이른바 워커홀릭이었다. 그를 서포트하는 비서 역시 자연히 밤늦게까지 근무하게 됐고 급기야 해외출장 동반길에 올랐다. 남녀관계는 아무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결혼 후 일밖에 모르던 사장 K씨는 중심을 잃었다. 급기야 김씨는 회사 공금 200억원을 해외지사로 빼돌려 비서와 함께 해외로 줄행랑을 쳤다. 결국 이 기업은 파산했고 수많은 종업원이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하지만 본인은 브라질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경영자는 모름지기 경국지색을 조심해야 한다. 여비서 역시 미인보다는 평범하면서 능력 있는 여성이 좋다. 외모지상주의에 사로잡혀 비서를 뽑을 때 외모만 보는 기업 경영자들은 잠재적인 기업경영의 지뢰를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김우일 글로벌대우자원개발 회장  wikimokg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