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있든 없든 실적은 춤춘다

재벌 총수 미스터리

2014-03-13     박용선 기자

2012년 7월 런던 올림픽 기간. 10대 그룹 총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경영 공백 우려가 나왔다. 총수가 없으면 그룹이 잘 돌아가겠느냐는 거였다. 그러나 그룹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영은 총수가 하는 게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의 경영방식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게 진화했기 때문에 총수 한명이 좌우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총수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 담벼락’을 넘으면 그룹 관계자들은 안면을 싹 바꾼다. “총수가 없으면 경영 공백이 생겨 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거다. 과연 그럴까. 최근 총수가 형을 선고받은 SK(최태원 회장, 징역4년)ㆍ한화(김승연 회장, 징역3년ㆍ집행유예 5년)ㆍCJ(이재현 회장, 징역4년ㆍ구속집행정지)의 핵심 계열사 실적을 보면, 총수의 부재와 실적 사이에는 큰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업황에 따라 계열사 실적이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주가 역시 총수가 구속된 날을 기점으로 상승세를 탔다.

그렇다. 그룹은 총수 한명이 지배할 수 없다. 그룹의 성장엔진은 수많은 임직원의 힘과 경영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돌아간다. 총수 개인이 아니라 수많은 임직원이 각자 맡은 역할에 혼신의 힘을 쏟을 때 기업이 성장한다는 얘기다. 10대 그룹 총수는 10명이지만 그 임직원 수는 87만3600명이다. 이 숭고한 숫자를 언제까지 무시할 텐가.
박용선 더스쿠프 기자 brave11@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