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입맛쯤은 무시하라

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2014-03-07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몇년 전 야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남은 밥과 반찬으로 비빔밥을 해서 함께 먹기로 했는데, 뒤늦게 도착한 일행 중 한 사람이 짜장면을 먹고 싶어 했다. 밥을 비벼 이미 먹고 있는 일행들을 앞에 두고 그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섭식중추를 무섭게 자극하는 중국 음식의 유혹을 나물에 버무린 찬밥과 바꿀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차피 비벼 먹는 것이니 그냥 먹어라’ ‘연목구어緣木求魚(나무에 올라 고기를 얻으려고 한다는 뜻으로,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하고 있네’라는 힐난이 쏟아졌지만 짜장면 희망자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음식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실제로 상상을 초월한다. 치열하게 쟁취한 남녀간 사랑이 음식메뉴 선택 때문에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다.

대부분의 사람은 도서관을 찾아 헤맨 기억보다는 맛집을 물어 찾아간 기억이 압도적으로 많을 게다. 이런 맥락에서 일행과 다른 메뉴를 고집하던 그를 마냥 나무랄 일도 아니다. 결국 그는 회비 몇 푼을 돌려받아 인근 중국집을 찾아 떠났다. 뒤통수에 꽂히는 시선쯤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이다. 자신의 입맛을 제어하지 못한 이 남성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유용한 음식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는 이는 없다.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가리는 시험지에 정답을 기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모범 답안에 적힌 음식만을 먹으면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본인이 결정한 음식을 끝까지 고집한 그 남성은 중독적인 맛에 길들여진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대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편식은 일상적 행동으로 보긴 힘들다.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며 권해도 선뜻 수저를 들지 못한다면 그것은 음식에 대해 겁을 내는, 일명 ‘입맛 겁쟁이’가 됐다는 얘기다. 결국 즐기는 음식의 종류가 점점 줄어들면서 특정 음식을 잘 만드는 집이나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골라 다니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다양한 음식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길들여진 맛을 벗어날 때 생기는 스트레스와 새로운 맛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편향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그 맛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식으로 대답을 한다.

그러나 살찌는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음식과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좋아하는 음식에 집착한 결과는 반드시 영양소 결핍과 열량 과잉을 동시에 수반한 비만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희로애락 중 식도락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의 중심에 맛이 있노라 주장할 수도 있지만 입맛이 나를 좌우해선 안 된다. 그깟 입맛쯤은 의지대로 꺾고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묵묵히 비빔밥을 먹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jo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