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투자는 거대한 폰지게임인가

오바마가 주목한 셰일가스 ‘거품논란’

2012-07-10     유두진 기자


올해 1월 2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 본회의실. 의원들 앞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미국의 정치·사회 분야에 대한 향후 계획을 설명한 뒤 에너지 산업의 비전 제시로 넘어가는 부분에서였다.

“미국에는 향후 100년간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가스자원이 있습니다. 그것을 안전하게 개발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 있게 언급한 자원은 ‘셰일가스(Shale Gas)’다. 셰일가스는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 셰일층’에 존재하는 천연가스다. 이를테면 지표면 아래에는 모래와 진흙이 굳어진 ‘셰일층’이 있고, 이곳에서 다양한 천연가스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암석을 뚫고 지표면으로 이동하는 게 전통가스이고 불투과 암석층에 막혀 셰일층에 잔류한 것이 셰일가스다.(용어설명 참조)
셰일가스는 1800년 대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미흡한 시추 기술과 채굴시 발생하는 과다 비용 탓에 초기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셰일가스의 생산이 본격화된 것은 채굴 기술이 진일보한 2000년대 들어서다.
 
수치상 경제적 가치는 상당

수치로만 봤을 때 셰일가스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 석유처럼 한 지역에 집중돼 있지 않다. 매장량도 많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보고서에 따르면 확인된 셰일가스 매장량은 187조4000억㎥에 달한다. 전 세계가 약 60년 사용할 수 있다.

잠재 매장량은 635조㎥이다. 전 세계가 20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셰일가스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1999년 ‘수평시추·수압파쇄법’ 개발에 성공해 암석에 스며 있는 가스를 채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
 
북미 셰일가스의 탐사·개발 단가는 2007년 1000㎥ 당 73달러에서 2010년 31달러로 하락했다. 반면 생산량은 2000년 84억㎥에서 2010년 1288억㎥으로 15.3배가 됐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유경 선임연구원은 “셰일가스 시추 비용이 전통가스에 비해 낮다고 볼 순 없지만 미국의 경우 지속적인 시추 관련 기술력 향상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일가스가 가장 많은 곳은 중국이다. 중국 국토자원부가 지난해 발표한 ‘중국 셰일가스 잠재력 조사 평가서’에 따르면 중국 내륙의 셰일가스 잠재 매장량은 134조㎥로 나타났다. 세계 잠재 매장량의 20%가 넘는다. 시추기술이 미흡한 중국은 셰일가스를 상업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셰일가스 시추 관련 기술력을 확보하면 G2(미·중)간 셰일가스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셰일가스가 향후 가스·석유화학·발전 3대 산업분야에서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셰일가스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는 국내외 기업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 미쓰비시상사는 올 2월 캐나다 천연가스 기업인 엔카나의 셰일가스전 지분 40%를 사들였다. 미쓰이물산은 4월 미국 센프라에너지와 셰일가스를 포함한 천연가스 연 400만t 조달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주부전력 등은 최근 캐나다 셰일가스 개발권을 공동으로 확보한 것 알려졌다.

유럽 기업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5월 발표한 ‘셰일가스 개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자원개발업체 유로 에너지는 셰일가스 개발을 위한 탐사정을 시추했다. 셰일가스 탐사권을 최
근 확보한 이든 에너지사는 공동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폴란드의 국영가스기업 피지엔아이지는 발틱 분지에 있는 셰일광구 임차에 나섰다. 독일의 BG사도 셰일가스 탐사권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에선 셰일가스가 생산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 기업의 눈은 해외로 쏠리고 있다. SH에너지화학은 2010년 미국 자회사인 SH에너지USA를 통해 미국 내 셰일가스 광건 990m²(약 300만 평)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1000개 정도의 광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가스전 지분을 확보한 한국가스공사와 SK이노베이션도 셰일가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도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5월 14일 셰일가스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 관계자는 “셰일가스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선제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생겼다”며 세일가스 TF팀의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증권가의 관심도 뜨겁다. 미국의 셰일가스 본격 수출에 대비해 LNG 수송선 관련 조선주가 유망주로 떠올랐다. 가스플랜트를 만드는 건설·기계업종도 수혜주로 꼽힌다. 최근 들어 셰일가스 뉴스가 뜨면 연관주의 시세가 들썩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이를 두고 한편에선 ‘제2의 골드러시’가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19세기 금광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듯 이번엔 셰일가스 광구에 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셰일가스의 미래가 꼭 장미빛인 것만은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주목하긴 했지만 미국에선 셰일가 스 무용론이 제기된지 오래다. 지난해 6월 뉴욕타임스(이하 NYT)는 업계 관계자의 이메일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거대한 양의 셰일가스가 매장돼 있는 건 맞다 치더라도 추출이 어렵고 그 비용이 싸지도 않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환경 논란으로 개발 중단

NYT가 공개한 이메일에서 미국 에너지 리서치 업체의 모 애널리스트는 “셰일가스투자는 거대한 폰지게임(Ponzi gameㆍ다단계 사기)”이라고 토로했다. 에너지 회사 코노코필립스의 한 지질학자는 NYT가 공개한 또 다른 이메일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가장 비경제적인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셰일가스 거품론이 일고 있다. 중국 내 퇴적암에 갇힌 가스는 지질학적으로 복잡해서 개발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셰일가스의 긍정적 미래를 막는 또 다른 요인은 환경오염이다. 일각에선 셰일가스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각종 화학물질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셰일가스 채굴작업을 할 때 암석과 지면에 변화가 생기고, 이에 따라 지진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지질탐사단(USGS)의 주장에 따르면 셰일가스 개발이 한창인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는 2011년 3월부터 12월 말까지 11차례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런 환경 논란 때문에 프랑스 당국은 지난해 셰일가스 개발을 금지했다. 이런 이유로 셰일가스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셰일가스 관련주가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셰일가스 수출을 시작해야 수혜주가 되는 것”이라며 “2015~16년 미국이 아시아에 셰일가스를 수출할 것이란 얘기가 있지만 미 에너지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