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문화를 예술로 승화한 ‘끼’

한중일 작가 3인 ‘그래픽 노블’ 전시회

2014-02-07     이지은 기자

서울 청담동 아라리오 갤러리가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전을 선보인다. 2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의 이동기(47), 중국의 순쉰(34), 일본의 에노모토 고이치(37)의 작품 3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 제목 ‘그래픽 노블’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지칭하는 단어에서 가져왔다. 미국과 유럽의 만화를 통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그래픽 노블’은 냉전 이후 자본주의가 팽창하던 시기에 유행한 슈퍼 히어로물에서 벗어나 문학성과 예술성이 강조된 새로운 양식이다. 하위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애니메이션 마니아의 취미활동이 예술로 승화한 것이다.

이동기는 드라마 속 장면을 평면TV 크기의 아크릴 회화로 재구성한다. ‘아토마우스’는 미국의 미키 마우스와 일본의 아톰을 합성해 만든 캐릭터로 사회적 기호와 맥락을 암시하는 여러 상황을 묘사했다. 전시장에는 신작과 기존의 아토마우스 작품들이 함께 선보인다.

순쉰은 1~2세대 중국 작가들이 보여준 냉소적 사실주의나 정치적 팝 성향에서 벗어나 이미 구축돼 있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중국인의 일상적 삶을 표현한다. 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한 그는 목판화라는 전통적인 형식으로 생산한 이미지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의 작품 주제는 세계사, 중국의 정치상황, 자연적 체계질서 등 다양하다.

일본 작가 에노모토 고이치의 작품은 회화뿐만 아니라 비디오ㆍ조각ㆍ집필의 범위를 넘나든다. 그동안 그의 대표적 이미지는 기하학적 패턴으로 장식된 소녀 모습이었다. 최근 그의 작품은 미국 만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기존에 보여준 정리된 세계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혼돈으로 바뀐 장면이 연출된다. 그가 묘사하는 오늘은 폭력과 부조리가 만연하고 있지만 만화적이고 유머러스한 요소를 더해 희망을 버리지 않는 느낌을 준다.갤러리 측은 “3명의 한중일 참여 작가는 만화를 현대 미술의 영역으로 지속시켜 온 대표적인 작가”라고 소개했다.
이지은 기자 suuju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