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神의 이름을 빌린 저주

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노르마

2014-02-05     김현정 체칠리아

오페라 애호가가 아니어도 마리아 칼라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칼라스는 ‘No Before, No after Callas(이전에도 이후에도 칼라스는 없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누구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오페라 가수였다.

팝의 세계에서 마이클 잭슨이 전무후무의 가수였던 것처럼 그녀는 1947년 이탈리아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라 조콘다’에 출연하면서 전설의 오페라 가수들의 이름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가 데뷔한 이후에 등장한 후배 가수들 중에서도 그녀를 따라올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를 뜻하는 ‘디바’라고 한다.

요즘은 ‘Diva(디바)’란 표현을 누구에게나 붙이는 경향이 있지만 필자는 칼라스만을 진정한 ‘디바’라고 인정하고 싶다. 시詩로 성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시성詩聖이라 하고 문학의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을 문호文豪라고 하듯 노래로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을 ‘디바’라고 일컫는다면, 마리아 칼라스를 빼고는 그 누구도 ‘디바’라고 불릴 사람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런 마리아 칼라스의 대표작은 오페라 ‘노르마’다. 노르마는 고대 갈리아 지방의 드루이디 신(Druidi교ㆍ그리스도교 이전에 갈리아 지방의 브리타니아 산간 주민들이 믿었던 고대 켈트족의 종교)을 모시는 여사제에 얽힌 이야기가 주요 테마다. 노르마는 신에게 순결을 서약한 여사제다. 신과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소유했지만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처지에 놓여 있는 사제였다.

당시 로마군의 총독은 Pollione(폴리오네)라는 사나이였다. 노르마는 총독과의 사이에 두명의 아이를 두고 있으면서도 이를 비밀로 간직한 채 지낸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사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총독인 폴리오네는 또 다른 여사제인 Adalgisa(아달지사)에게 반해 사랑을 나누고 그녀와 함께 로마로 돌아가려한다. 이를 알게 된 노르마는 불같은 질투심을 느낀다.

신에게 동의만 얻으면 언제든지 로마와의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입장에 있는 그다. 노르마는 지금껏 폴리오네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미뤄왔지만 이제는 질투심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폴리오네의 배신을 눈치 채는 순간 그녀의 분노는 폭발했다. 그리고 신에게 로마와의 전쟁을 부추기는데…. <다음호에 계속>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