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예방책 축사에서 찾다
세상을 여는 窓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구제역 방제 축사 설계지침을 활용해 축사를 설계하면, 감염동물의 직접접촉과 외부에서 발생하는 간접접촉이 최소화되고, 가축 분비물이나 야생동물의 배설물도 차단된다. 철저한 환기시스템을 구축해 공기로부터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
2010년 전국 11개 시ㆍ도, 75개 시ㆍ군ㆍ구에서 발생한 구제역 여파로 350여만 마리가 도축되고, 축산업에 3조원에 달하는 물적 피해를 남겼다. 구제역과 같은 법정 전염병의 발생원인에 대한 국내외 사례연구의 결과를 보면 축사단지의 도로접근성, 축사단지 간 거리, 사육밀도와 가축의 접촉빈도, 축사 내 공기흐름 등과 같은 건축적이고 공간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사후약방문보다 사전예방이 중요
하지만 정부는 이런 점을 간과한 채 구제역 연구를 진행해 왔다. 정부가 실시해온 구제역 관련 연구활동을 살펴보면 바이러스 유입경로 진단, 구제역 확산의 조기차단과 구제역 백신확보, 구제역 살처분과 피해보상 등과 같은 축산학ㆍ환경공학ㆍ경제학에 중점을 두고 구제역의 사후처리연구에 집중해 왔다.
실제로 구제역 등 법정 전염병이 발생하면 시ㆍ군은 발생 농가에 대해 가축이동 제한명령을 내린다. 외부차량은 진입이 금지되고, 전염가축은 전량 도살처분된다. 발생농가는 물론 인근지역의 가축을 대상으로 혈청검사와 같은 감염경로 역학조사가 실시되고, 세균의 이동통로인 도로와 축사입구엔 분사식 살균제가 살포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히 가축의 생활터전인 축사와 축사단지, 그리고 그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을 통한 예방은 전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구제역 예방과 대응을 위해 국토교통기술 측면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인식한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은 ‘구제역 방제를 위한 축사 및 축사단지 설계 지침개발’ 연구를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국내 최초로 공간적 측면과 건축학적 접근을 강조한 연구방식을 채택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구제역균에 접촉된 외부인의 농장진입, 가축간의 접촉 등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한 축사 및 축사단지 설계(안)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개발된 구제역 방제 축사 설계지침을 활용해 축사를 설계하면, 감염동물의 직접접촉과 외부에서 발생하는 간접접촉이 최소화되고, 가축 분비물이나 야생동물의 배설물도 차단된다. 철저한 환기시스템을 구축해 공기로부터의 전염을 막을 수 있다. 축사단지설계에도 유사한 지침을 적용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조닝(zoning)을 통해 외부의 감염요소가 예방되고 축사건물의 배치를 통해서 가축의 동선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가축들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영양과 휴식을 충분히 제공할 만한 공간구조도 만들어진다. 돼지와 같은 가축들의 위생이나 질병예방 그리고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축사단지를 구성하는 것이다.
축사 바뀌면 예방효과 클 것
이 연구의 결과물로 ‘축사 및 축사단지 설계지침’과 함께 ‘축사 및 축사단지 설계인증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이 모델을 활용해 구제역 방제 시뮬레이션을 구축하고 이를 축산농가 적용한다면 놀라운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구제역 방제를 위한 축사 및 축사단지 지침개발은 이처럼 효율적인 구제역 예방과 효과적인 구제역 대응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정훈 명지대 교수 johnki@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