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
속도전 돌입한 이통3사
2014년 이동통신시장이 뜨거운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속도’다. 이동통신 3사는 생사를 건 본격적인 속도경쟁에 돌입한다. 가장 빠른 LTE를 선보이는 통신사가 통신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LTE 구축에 따라 통신지형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LTE(롱텀에볼루션) 속도는 최고 75Mbps다. 광대역 LTE-A가 상용화되는 2014년 하반기부터 최고 속도는 225Mbps로 빨라진다. 영화 한편을 내려받는데 LTE로는 1분25초가 걸리지만, 광대역 LTE-A를 이용하면 28초만에 가능하다. 말 그대로 초고속 통신인 셈이다.관건은 누가 가장 먼저 225Mbps 서비스를 제공하느냐다. 이에 따라 2014년 이동통신시장의 지형이 바뀔 수 있다. LTE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통3사가 LTE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하나다.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13년 11월 LTE 가입자수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가입자 2명 중 1명은 LTE 스마트폰을 쓴다는 얘기다. 이는 통신사가 LTE 경쟁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특히 2013년 3분기까지 통신3사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LTE 경쟁과 실적의 상관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2013년 3분기 기준으로 SK텔레콤은 매출 4조12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3007억원) 대비 88.4% 증가한 5514억원을 기록했다. LTE 가입자 증가로 2013년 3분기 ARPU(가입자당 매출)는 전 분기 대비 2.6% 상승한 3만4909원을 기록했다. 시장은 이런 흐름을 감안해 SK텔레콤이 2013년에도 연평균 4%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KT의 실적은 5조7346억원, 영업이익 3078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22.7% 증가했다. 영업정지로 인해 무선사업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미디어ㆍ렌털ㆍ금융사업에서 선방했다. 통신이 아닌 비非통신이 KT의 체면을 살린 것이다.
LG유플러스의 매출은 2조8792억원, 영업이익은 1492억원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이익이다. 1년 전인 2012년 3분기에 61억원의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013년 통신시장을 이렇게 분석했다. “2013년은 통신 3사 모두 쉽지 않은 한해였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데 정부가 규제의 칼까지 뽑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14년은 통신사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살아남는 자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고, 이에 따라 통신지형이 달라질 것이다.” 통신 3사의 전략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시장이 주목하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2013년 통신시장에서 1위 사업자 지위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전민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의 경쟁력은 2G→3G→4G(LTE-Aㆍ광대역 LTE)로 통신시장 트렌드가 수차례 바뀌었음에도 시장점유율 1위를 안정적으로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2005년 이후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변화는 1%포인트에 불과했던 반면 KT와 LG유플러스의 시장점유율은 3%포인트 수준에서 변동했다. 정부의 규제와 LG유플러스의 LTE 공세를 받으면서도 시장점유율을 지켰다는 것이다.
전 연구원은 “SK텔레콤의 LTE 가입자 비율은 40.6%로 LG유플러스(56.0%)와 꽤 차이 나지만 국내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1위 사업자로서의 위치는 굳건하다”며 “현재 통신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SK텔레콤은 1위를 지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LTE 속도가 통신사 실적 좌우
시장의 전망대로 SK텔레콤은 2014년 수성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 SK텔레콤의 행보를 보면 기존 고객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대표적인 게 3G와 LTE 사용하는 고객 410만명에게 데이터를 추가하는 요금제를 발표한 것이다. 가입기간이 5년 이상인 고객은 과거와 달리 ‘실버’ ‘골드’ ‘VIP’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기존 고객을 확실하게 지키겠다는 게 SK텔레콤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마케팅 조직에 힘을 실어준 최근 조직개편도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2013년 12월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서비스혁신 부문을 마케팅부에 통합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그동안 경쟁사로부터 가입자를 뺏어오는 마케팅이 만연했다면 2014년에는 기존 고객을 감동시키는 마케팅으로 선회할 것”이라며 “2014년 상반기에 광대역 LTE 전국망을 완성한 이후 중반부터 광대역 LTE-A 서비스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면 KT는 통신업계의 주목을 받는다. 2014년 통신시장의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황창규 KT 회장 내정자가 조직 내 쇄신을 선언하고 나서, 통신사업이 정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동안 열세에 몰렸던 LTE 시장에서 통신맏형으로서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KT의 무기는 광대역 LTE다. LTE 대역이 인접할수록 LTE 품질은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 KT가 광대역 LTE를 선전하면서 ‘황금주파수’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T가 지난 2년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시장리더를 빼앗겼지만 국가통신사업자로서 갖춘 인프라와 역량을 무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LG유플러스는 서비스 강화에 나선다. 20 13년까지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다면 향후에는 서비스 분야를 대폭 강화한다. 그동안 LG유플러스의 과제는 ‘꼴찌’에서 탈피하는 것이었다.LG텔레콤 시절인 2007년 3G 사업 포기 이후 줄곧 통신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가 만년 3위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경쟁사보다 6개월 앞서 LTE 전국망을 구축하면서다.
이후 LG유플러스는 LTE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13년 한해 가입자 증가와 흑자전환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가입자 순증을 보여주는 번호이동에서 수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통신시장이 남긴 것
이를 바탕으로 LG유플러스는 LTE 시장 선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LTE 전국망으로 통신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면 앞으로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이통3사를 제외한 제4의 요인이 통신지형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 제4이동통신이다. 시장이 제4이동통신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페이스타임(IST)을 주목하고 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을 둘러싼 논란과 알뜰폰(MVNO)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눈여겨봐야 한다.
2013년 통신시장이 남긴 것은 결코 작지 않다. 통신시장의 체질이 개선될 가능성을 마련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경쟁사에서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한 전쟁을 벌였다면 앞으로는 각 통신사의 강점을 살린 통신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통신업계가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을 지양하며 통신사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과도한 경쟁을 막는 것은 통신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보조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 자중하지 않으면 2014년에도 가입자 쟁탈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기자 kkh4792@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