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크랭크 in | 집으로 가는 길
2013-12-31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2004년 10월 30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오를리공항. 30대 한국인 주부가 마약범으로 검거된다. ‘마약’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여성이다. 실제로 이 여성의 삶은 평탄했다. 크지 않지만 집을 가지고 있었고,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부부는 프랑스로 날아가 물건을 건네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운반하는 일이다. 한국으로 가기 위해 들른 오를리공항. 그곳에서 아내는 마약범으로 체포된다. 영문도 모른 채 마약범으로 내몰렸고, 종내에는 형무소로 이송된다. 프랑스령인 대서양을 건너 외딴 섬인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됐다.
아내의 행방을 찾는 남편은 경찰과 외교통상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외면뿐이다. 세상은 아내를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한국의 평범한 주부가 낯선 타국의 교도소에서 2년 간 감금됐다면 믿겠는가. 이 충격적인 사건은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방은진 감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며 “당시 기사를 통해 실제 주인공의 사연을 접했고, 어쩌다 프랑스 감옥에 갇히게 됐는지 궁금증이 끊이질 않았다”고 말했다. 그가 사건을 영화화하게 된 계기다.
방 감독은 사건을 다룬 보도와 연보, 주인공이 직접 쓴 일기를 참고해 영화의 현실성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실화 사건을 다룬 영화인 만큼 리얼리티를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 인물의 심경과 배경을 관객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했다. 방 감독은 여성 특유의 탁월하고 섬세한 심리묘사를 표현하는 데 집중했고, 평범한 주부가 겪게 되는 가슴 먹먹한 여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부부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열연도 돋보인다. 주인공 정연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평범한 주부가 영문도 모른 채 긴 세월을 대서양 외딴 섬의 교도소에서 보내야 한다는 스토리가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남편 종배 역은 배우 고수가 맡았다. 대한민국 평범한 가장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불렸고, 외모를 다듬지 않았다. 기존 조각미남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소시민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대서양 건너 외딴 섬 감옥에 수감된 채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려는 평범한 주부와 아내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을 그린다. 부부가 겪은 756일간의 안타까운 여정이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손구혜 문화전문기자 guhson@naver.com